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대주주 조건 강화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가 20만이 넘은 상태로 청원 마감되었다. 기존 10억 원에 해당했던 대주주 요건을 3억으로 줄임과 동시에 직계존비속 주식 계좌에 있는 주식까지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전 세대가(수평적 구조가 아닌 수직적 구조, 예를 들어 조부모, 부모, 자식 3대) 한 종목의 주식에 3억 원 이상 투자했으면 과세 대상이 된다. 올해 신규 개미가 대거 유입되면서 더욱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개인적인 입장으론 이 반발이 이해되지 않는다.
첫째, 종목당 3억 원이라는 점이다. 투자를 하는 거의 대다수는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을 보장해주기도 하고, 위험으로부터 손실을 최소화 시켜주기 때문이다. 한 종목에 올인하는 강심장(혹은 투자 무지자)을 가진 투자자가 아니라면 수억~수십억 대 자산가일 확률이 높다. 이들에게 세금을 피하게 해주는 것이 불합리하다.
둘째, 앞서 말한 대로 세금을 피하게 하는 것은 조세원칙에 부합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존재하는 것이 맞다. 수백만 원이 아닌 수억, 수십억 대 자산가에게 세금을 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인가 질문을 던진다. 이들에게 세금을 걷는 것이 불평등 해소와 사회 정의를 위해 필요하다.
셋째, 이 세금은 보유세가 아닌 양도소득세이다.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주식에는 보유세를 매길 수 없다.(주식 보유세를 매긴다는 것은 주식 시장 본질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유세가 아닌 양도소득세를 걷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는 말 그대로 거래 시 생기는 차익에 대한 세금이다. 이는 거래를 하지 않으면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2023년부터는 양도소득을 연 5000만 원까지 비과세 적용을 하겠다고 한다. 이는 직장인 평균 연봉보다 높은 수준이다.
넷째, 주식시장 정상화다.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33% 세율을 20%까지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는 단타가 성행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장기, 가치투자로 바꿀 수 있는 계기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우량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12월에 매도 폭탄이 쏟아진다면서 주가 하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추가 매입 기회다. 기업에 악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다. 주가만 떨어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는가?
다섯째, 거래 수수료 인하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들이 많은 이득을 취하는 구조였다. 손실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모든 손실은 개인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거래 수수료만 챙겨가면 된다. 플랫폼 기업이 돈을 지속적으로 벌어들이는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불균형한 시장에서 거래 수수료가 인하된다는 것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호재다.
다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직계존비속 문제다. 주식과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는 개인적인 영역이라 부모 자식 간에도 완벽한 정보공개가 쉽지 않다. 또 주식 시장이라는 게 변화가 매일 존재하다 보니 합계 3억 원을 지키기 어려울 경우가 존재할 것이다. 이를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조금 더 정교하게 다뤘으면 어떨까 한다. 아직 시행까지 시간이 남았고 추후 개정될 여지도 있으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란다.
끝으로 언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주주 요건을 들먹이며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 아니길 빈다. 양도소득세라는 점을 축소해 말하고 3억 원만 비중을 키워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단타를 조장하는 듯한 12월 매도 폭탄 단어도 그렇다. 건전한 주식시장 문화를 만드는데 방해하는 행위다. 오히려 단타가 성행하길 바라는 것인가? 거래 수수료 인하가 아니꼬운 것인가?
금융회사에 흘러들어 가야 할 돈이 정부 세금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그런 것인가? 부자 과세를 피하게 만들고, 기업에 돈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인가? 정부가 과세를 통해 복지를 늘리면 지지율이 올라가서 그러는 것인가? 무조건 세금을 나쁜 것으로 보는 태도는 버렸으면 한다. 세금 그 자체는 죄가 없다. 그 세금을 정당한 명목 하에 걷는 것인지, 그 걷어진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는 게 언론의 역할에 더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P.S. 미국 시장도 250만 원 초과이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22%부터 붙는다. 우리나라는 그 금액을 5000만 원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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