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간성은 지켜지고 있나요?
오늘은 추석 당일이자 국군의 날이다. 원래 추석 특집으로 '내가 꿈꾸는 세상'을 주제로 글을 쓸까 했지만 최근 우리 국민이 서해에서 북한군에 총격 살해당한 사건이 있어 국군의 날에 비중을 두기로 했다. 현실에서나 온라인에서나 추석의 비중이 줄어들어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원래 주제였던 '내가 꿈꾸는 세상'도 다음을 기약해본다.
이번 총격사건을 보면서 내 군시절이 떠올랐다. 군인에게 인간성이란 무엇일까? 인권이란 천부적 권리까지 박탈시킬 수 있을까? 스무 살이 됐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신체검사를 받고 입대 신청을 했다. 가기 싫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이었을 것이다. 내 청춘 2년을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이 가기 싫은 마음을 이기면서 입대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입대 후 내 주관, 생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동적 삶이 편해지면서 부조리에 둔감해졌다. 맞는게 당연했고, 욕먹는 게 당연했다. 잘못되고 부당한 일에 분노하고 저항하기보다는 잘못된 일을 잘하려 애썼다. 일, 이등병만 삽질, 곡괭이질 하는 것, 취사장, 화장실 청소하는 것, 후임이 선임 빨래를 하고 건조기를 돌리며 새벽에 되찾아 오는 일까지 모두 당연한 일이었으며 보다 잘하려고 노력했다.
군생활이 지속되면서 후임이 생기고 어느덧 선임이 되었다. 후임 관리라는 명목으로 웬만한 부조리는 용인되었다. 그래야 군 체계가 유지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전방 GP에서는 그 강도가 더욱 심해졌다. 고립된 장소도 한 몫했지만 실탄을 들고 작전에 투입된다는 무게감도 있어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북한군을 관측할 때 자주 보던 가학적 폭력행위도 그냥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언젠가 한 번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근처까지 내려온 날이 있었다. 새벽에 비상이 걸렸다.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되던 GP로 출동했다. 한 일주일 정도 있었다. 비상주 GP라 물도 전기도 끊긴 상태라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다. 취사는커녕 씻지도 못하고 생리현상 해결도 쉽지 않았다. 차라리 북한군이 넘어오길 바랐다.
GP에 있을 때 우리들끼리 농담삼아 하던 얘기가 있다. 자신은 북한군이 넘어오면 귀순 절차를 통하지 않고 바로 사격할 것이라는 농담. 선조치 후보고 체계도 있었지만 굳이 귀순 절차를 밟으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군이 한 발짝이라도 남하하면 사격해도 좋다는 상급부대 지침도 있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유를 고려하더라도 가장 큰 이유는 휴가였다.
어느 순간 북한군은 우리와 같이 고생하는 한 민족이 아닌 포상휴가 그 자체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생각했다. 그 당시 나란 사람은 얼마나 인간성을 상실했는지. 현재 여야가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남북간 입장차가 있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통해 문제의 본질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지금도 남북한의 수많은 장병들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잠깜이라도 좋으니 정치적 시각이 아닌 인류애적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차 노조와 전기자동차 (0) | 2020.10.03 |
---|---|
주식 양도소득세 필요하다 (0) | 2020.10.02 |
스테레오타입 (0) | 2020.09.30 |
미국의 민주주의 (0) | 2020.09.29 |
조선일보로 보는 보수의 안보의식 (0) | 2020.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