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속세 인하? 주식회사 정상화부터!

Daily Diary 2020. 10. 2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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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면서 상속세 논란이 불붙었다. 10조 원이 넘는 상속세가 발생하면서 기업 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혹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잘 증명하듯 청와대 국민청원에 상속세를 인하하자는 주장이 올라왔다.

 

 이 회장 상속세 경우 최고 세율 50%가 적용됨과 동시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해져 총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수치라 점진적 해결책은 필요해보인다. 하지만 그 이전 생각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실효세율 관련이다. 모든 상속세가 정해진만큼 납부되었다면 이중과세에 대한 부당함을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상속세 실효세율을 살펴보면 최고세율의 1/4 수준인 14.2% 정도로 굉장히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가족 승계 구조의 문제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가족 승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매번 지분이나 경영권을 놓고 다툼이 일어난다. 가족 승계만의 장점도 있겠지만 전문경영인이 아닌 사람이 자식이란 이유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과연 옳고 정당한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한다.

 

 마지막은 주식회사라는 점이다. 상속문제도 결국 돈과 관련된 문제다. 가족승계 방식으로 자식들에게 정당한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세금이 싫다면 주식 발행을 안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 발행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기 힘들다.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자(주주)를 유치하게 되고 주주와 같이 기업을 이끌어가게 된다.

 

 우리나라는 기업을 개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다보니 상속세에 더욱 부담을 갖는 것은 아닌가 한다. 주식회사가 되는 순간 기업은 개인 것이 아니라 주주의 것이 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보면 10조의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 부회장 등 일가는 8조의 불로소득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수 대주주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의견은 대체로 반영되지 않고 이사회 기능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감독 역할하는 기구도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구조니 소액주주들의 돈은 투자가 아닌 위탁이나 투기에 가깝다.

 

 실질적인 정상 경영을 위해 세율을 낮추자는 것은 백 번 양보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자세습 구조를 지키기 위해 상속세를 낮추자는 것은 상식 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60% 모든 세금을 한 번에 다 내는 것은 힘들다. 10조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얼마나 있겠는가? 이 경우 주식을 어떻게 할지, 세금은 어떻게 낼지 고민을 하고 제도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주식회사가 부자세습을 하는데 경영권 문제니, 세율이 높다느니, 국민청원에 올라왔다느니 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주식이라는 본질을 보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먼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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