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TI와 고정관념

Daily Diary 2020. 10. 2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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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여름 아는 지인과 술자리를 갖는 도중 나에게 MBTI 성격유형을 물어본 이가 있었다. 평소 그러한 유형의 테스트에 관심이 없어 '모른다'라고 답을 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사람을 구분하고 이러한 성향의 사람은 이렇게 행동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터라 더욱 관심이 없었다.

 

 술자리가 끝난 후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호기심이 작용했다. 테스트를 했지만 유형만 확인하고 그 유형이 어떠한 특성을 가지는지 관심은 없어 그냥 그렇게 자연스레 잊혀져갔다. 그러던 중 최근 MBTI에 관심이 가질만한 일이 생겨 다시 테스트를 받아봤다. 시간이 꽤 지난 상태로 저번에 어떻게 답했는지 기억이 안나 평소 소신대로 테스트를 완료했다. 결과는 앞선 테스트와 일치했다.

 

 이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할만 했다. 도대체 INFJ가 무엇이길래 '선의의 옹호자'란 타이틀을 가지고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지. 곧바로 특성을 읽어보고 유튜브를 통해 학습했다. 이 성격유형은 매사에 호기심이 강하고 의미 있는 일에 강한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릴 땐 나만의 페르소나를 가져 겉보기에 사교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지극히 내성적이라 만남을 추구하진 않는다. 또 정해진 틀 안에 있는 것을 싫어해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는 특징을 갖는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하며,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여러 특징이 더 있지만 나열된 특징 중 90% 이상 일치한다. 이 검사를 통해 나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오만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게 되었다. 고정관념에 빠지기 싫다는 이유로 검사를 거부했던 나는 나만의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겠다는 나의 신념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고정관념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무리 좋은 신념이라도 오픈마인드를 갖지 못한다면 도태된 신념이 될 수 있다. 같은 신념이더라도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신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지속적으로 공부해 신념을 최신화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신념이 바뀔 수 있다면 그것을 신념으로 부를 수 있을까?

같은 신념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면 그것을 신념이라 할 수 있을까?

불변의 진리도 확신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불변의 신념을 논할 수 있을까?

그것은 신념이 아니라 아집이나 고집 같은 거 아닐까?"

 

 

 나 또한 지금 고정관념에 빠져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빠져 있을 수'가 아닌 '빠져 있는'이 더 나은 표현이겠다.

 

 오늘도 생각할 거리가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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