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여당의 무능은 죄다

Daily Diary 2020. 10. 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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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동학 개미의 의견을 듣겠다"며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에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기존 10억 원이었던 대주주 요건을 3억으로 줄이며 동학 개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여론을 인식한 것이다. 내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었다.

 

 

20.10.02 주식 양도소득세 필요하다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대주주 조건 강화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가 20만이 넘은 상태로 청원 마감되었다. 기존 10억 원에 해당했던 대주주 요건을 3억으로 줄임과 동시에 직계존비속 주식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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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은 이유로 이번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과세기준도 5000만원 이상 차익에 부과(미국의 경우 250만 원 이상 차 익시 부과)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더 후진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미 대다수 20~30대는 노동소득으로 답이 없다는 인식인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180석 거대 여당을 형성했으면서 제대로 된 공정거래법을 못만다는 것은 무능이다. 감사이사 선출도 못하고 이사회 독립도 못 시키고 소액주주 권한도 못 지켜주면서 양도소득세만 지켜준다는 발상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이건 개미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개미를 말살시키는 정책이다.

 

 노동소득 사다리를 걷어찬 이후 자본소득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가 풀리면  그 이후 상황은 감당 가능한가? 주식시장 본연의 가치도 없는 마당에 공매도와 단타가 난무하는 시장이 개미들을 위함인가?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은 주식양도소득세 요건 강화를 미루는 것이 아니다. 빠른 시행과 더불어 장기투자가 대우받으며 이사회가 정상적인 역할을 하며, 소액주주 권한도 보장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또 노동자의 권위를 올려주고 그들의 경쟁력을 재고시켜 노동의 가치를 올려주어야 한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절대 안정을 보장해주는 귀족 노조나 철밥통 직업의 도덕적해이, 단타에 혈안이 되어 하루 종일 주가 창만 보며 기업분석, 주식공부만 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업무 효율이 나올 수 있는가? 노동이 천대받는 사회는 그 결말이 좋을 수 없다.

 

 차별금지법 관련 무능도 마찬가지다. 차별과 평등이라는 단어에만 목매달만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철학이 부재한 상태로 평등, 공정, 정의라는 허울만 좋은 단어를 끌어다 쓴 것 같다. 이 단어들은 한 문장에 들어갈 만큼 무게감이 없는 단어가 아니다.

 

 과연 무엇이 평등이고 어디까지 평등인가? 평등으로 인해 역차별은 생기지 않는가?

공정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할 수 있는가? 과거의 정의가 지금도 정의로운가?

끝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지고 치열하게 토론해도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수천년간 이어져 왔고 아직도 대답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매 시기마다 변하며 새로운 정의(定義)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심오한 단어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 가벼운 인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도 존재하여야 한다.

 

 특히 이 심오한 단어들의 규정을 기성세대에 전적으로 맡겨선 안 된다. 기성세대의 평등, 공정, 정의와 청년세대의 평등, 공정, 정의는 다르다. 시간이 흘러 우리 다음 세대의 평등, 공정, 정의는 또 달라질 것이다.

 

 이 단어들의 정의는 기성세대가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가며 조정해가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역할은 뜻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공론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본인들이 옳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정부여당, 사회기득권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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