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질병관리청 승격과 사후 약 처방

Daily Diary 2020. 9. 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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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다. 보건복지부로부터 독립해 독자적 예산, 인사, 조직 운영권을 갖게 되었다. 독자적인 지위를 얻게 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며 고생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및 직원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불철주야 방역에 힘써준 분들 덕이다.

 

 앞으로 운영될 질병관리청은 바이러스,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힘쓰며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발생시 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서 특성상 평소에 일을 잘하면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기에(전염병이 퍼지기 전 막으면 그들이 일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승격은 사후약처방에 가깝다. 미리 전염병에 대비해 승격을 했다면 지금도 훌륭했던 방역이 더욱 훌륭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립했던 빌 게이츠는 경영권에서 내려와 아내 멀린다 게이츠와 빌 앤드 멀린다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질병의 무서움을 미리 깨닫고 빈곤국 질병 퇴치에 힘쓰고 있다. 2015테드 강연에서는 앞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원흉은 전쟁이 아닌 바이러스라 예견했다. 그때 당시 가볍게 넘길 수 있던 얘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우리나라 정책도 미래를 보고 움직이는 광활한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사건이 터지면 그 터진 부위에 땜질을 하며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교육을 예로 들면 독일은 과거부터 기초과학과 철학 등 순수 학문의 토대가 탄탄했다. 덕분에 잦은 전쟁과 분열로 나라경제가 여러 번 무너졌지만 아직까지 강대국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유럽 연합을 이끌고 있는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에 버블이 끼고 그 버블로 인한 후폭풍으로 경제 펀더멘탈이 무너졌지만 과학과 기술력으로 잃어버린 30년이 무색할 정도로 강대국 지위를 아직까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에 대한 환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다시 한 번 새로운 기적의 토대를 쌓을 수 있다. 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쌓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든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만 비난하고 꼬투리 잡고 어설픈 변명이나 하는 정치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정치를 보고 싶다. 진정 정치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자신이 지금 가진 정권을 잃을 용기도 필요하다. 독일의 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결단이 필요할 때이다. 그는 국가를 살리기 위해 지지층이 반대하는 개혁도 불사했다. 이로 인해 자신은 총리직을 잃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개혁으로 독일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 5년 안에 승부를 보려 하지 말고 1020년 장기 플랜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법이다.

 

 

P.S. 글을 쓰고 나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덧붙입니다. 현 정권이 못하고 있어서 내려오라는 의미도 아니고, 1 야당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여당도 야당도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건전한 견제를 지속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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