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과열되면서 공매도 관련 이슈가 다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이후 낮아진 주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시켰고, 그 연장이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올 3월에 공매도 금지가 해지되는 것으로 예상되어 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 다시 공매도 폐지 관련한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에 정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결과적으론 정부의 의견을 따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공매도는 잘못된 제도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수의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는 기관에 유리하고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이기에 폐지가 답이라고 말한다.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공매도 폐지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는 것을 방지할 수 없게 만든다. 비대하게 커지는 거품을 막을 수 없다면 그 결과는 더욱 참담할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받아들이긴 힘들다. 주식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다. 더욱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가 더욱 많은 돈을 벌어가는 것이 현재 자본주의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이면서 메커니즘이다.
개인투자자는 절대 기관을 이길 수 없다. 이는 당연한 말이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본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정보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괜히 기관들이 1인당 수천만 원씩 하는 프로그램을 구매하여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기껏해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료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전부다. 혹은 월 몇만 원의 구독료를 내고 정보를 얻는 것이 전부다.
기업은 이 정보를 얻기 위해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지불하며 정보를 분석하고,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를 비싼 가격에 고용하고 있다. 이는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함이고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개인투자자와 기관이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면 이 발상 자체가 자본주의 시장을 무시하는 것이다.
왜 개인투자자가 기관과 동등해야 하는가? 기관은 어떻게든 더 높은 수익을 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욱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고 그들이 투자하는 이유다. 공매도도 기관이 수익을 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뿐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얻어 손실이 나는 것에 기관을 탓할 순 없는 것이다. 기관은 수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정보에 돈을 투자했고, 공매도라는 리스크를 안은 것이다. 그리고 기관의 공매도 현황은 찾아보려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정보다. 본인들이 찾기 귀찮고, 공부하기 귀찮으니 공매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물론 공매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존재한다. 기관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기업 가치에 손실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노리고 '작전'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정부차원에서 나서 기관을 처벌해야 한다.
공매도 제도를 악용해서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에게 엄벌을 처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상법을 개정하여 주식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 어떤 금융사기도 존재할 수 없도록 투명하고 명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는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시스템의 문제지 절대 공매도의 문제가 아니다.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공매도를 폐지하는 것은 군대식 처방에 불과하다. 군대에서 후임병들은 PX, 사지방에 갈 수 없는 것은 군부대 내의 부조리 문제지 공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PX, 사지방을 폐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근본을 없앨 노력을 해야지 문제 발생 여지를 없애버리는 것은 다른 폐해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기관이 수익을 내지 못해 그 존재가치가 사라진다면 그 다음은 슈퍼개미들이 표적이 될 것이다. 그들의 거대 자본이 주식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건재한 이상 더 적은 자본을 가진 자가, 더 적은 정보를 가진 자가 불리해야 한다. 이게 시장 이치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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