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경기도 7급 공무원에 합격한 사람이 과거 일베 사이트에 성희롱, 장애인 비하 글을 써왔다는 이유로 임용 취소 위기에 몰리자 디지털 세탁소를 찾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디지털 세탁소는 예전에 자신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찾아 삭제해주는 업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철저히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임용 취소는 물론 법적 조치까지 엄정히 시행하겠다."며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기강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미래까지 망칠 수 있는 일이라 과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특정 사이트의 행태를 보면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고 각종 SNS가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과거와 다르게 하나의 사건이나 한 개인의 생애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들어 나오고 있는 연예인 과거 문제나 특정 인플루언서의 학교폭력 등 끊임없이 잡음이 들리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발생했던 암묵적인 관행을 타파할 수 있고, 새로운 미덕인 인성 영역이 확대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은 인성보다는 성적이 더욱 중요했다. 똑같은 일탈을 저지르더라도 성적이 좋은 학생의 경우 잠깐의 방황으로 생각하고 성적이 나쁜 학생의 경우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혔다. 내신에서도 성적이 좋은 학생의 경우 좋은 내신 성적을 가져가기 수월했다.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에 고입이나 대입이 중요하다보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위주로 내신과 상장이 주요하게 돌아갔고, 생활기록부도 더욱 신경 써서 작성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나쁜 학생의 경우 똑같은 결과를 만들더라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상대평가가 만든 비극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과거의 행적도 중요해졌다. 성적이 좋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 영예가 영원하다고 보기 힘들다. 과거 친구들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평판이 나빠져 현재의 지위를 잃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키 180 이하 남자는 루저라고 발언했던 한 출연자는 아직까지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오르내리고 있다.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던 예비 아이돌 그룹도 학교폭력으로 데뷔가 무산되거나 유명 유튜버의 경우도 과거로 인해 방송을 접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인터넷 공간 상에 올리는 모든 글과 행적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모든 사회 속에서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행위를 한 경우 그 죗값이 다시 돌아오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교과서에서 배우던 권선징악의 시대가 현대에 와서 실현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철없던 지난 날의 잘못된 행위로 치부하기에는 시대가 변했고 낭만이 사라졌다. 이제는 시대의 덕목이 바뀌었다. 이 변화가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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