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경제에서 테슬라는 주 90시간 근무를 하며 CEO인 일론 머스크뿐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엔지니어들도 꿈을 꾸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기업이 혁신을 거듭하려면 90시간의 고강도 노동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비춤과 동시에 우리나라 52시간 근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기사 댓글에는 우리나라 52시간 근무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의 혁신이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을 망치고 있다는 등 입장이 나왔다.
실제로 고강도, 집약적 노동이 생산성을 키우는지 연관성은 잘 모르겠다. 대표적인 IT업체인 구글, 페이스북에서 고강도 노동을 시키지 않고, 우리나라 IT기업들도 워라밸을 중요시하지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52시간 근무제를 옹호하진 않는다. 직종별로 근무시간이 달라져야 한다. 소수 예외조항을 넣기는 했지만 부족한 점은 많이 존재한다. 엔지니어와 같은 직종은 연구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집중을 하다 보니 52시간 근무로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과 테슬라, 스페이드X 같은 기업과 결정적인 차이는 있다. CEO가 노동을 대하는 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중요시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 추가 노동을 해도 부수적인 임금을 주는 것보다는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존재한다. 대기업의 경우 노동시간의 규제가 생겨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은 고강도 노동을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경우 월급을 받지 않는다. 자신이 열심히 해 업적을 달성한 경우 주식을 받는 스톡옵션만 존재할 뿐 그 어떠한 월급도 받지 않는다. 일하는 엔지니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열심히 일을 해 실적을 좋게 달성하거나 목표치를 이룬다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자신이 일한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자신이 다니는 기업을 진정 자신의 회사로 여길 수 있느냐, 여길 수 없느냐의 차이는 직무를 대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자신이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고, 그 실적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일 분이라도 더 일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일 것이다.
나는 일론 머스크를 기술적으로 뛰어난 엔지니어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단지 꿈을 크게 꾸고, 그 꿈을 믿고 나아가는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심리술에 달인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다.
다른 누군가가 말하면 터무니 없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론 머스크가 말하면 신뢰가 생기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심리술이 현재 세대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현 세대는 공정과 불평등에 민감한 세대다.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이 문제가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성과급이 작아서 불만을 퍼뜨리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실적과 성과급이 매칭 하지 않아 생기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그들을 화나게 만든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년들은 자신이 일한만큼 보상을 받길 원한다. 고강도 노동을 회사에 제공하면 고임금을 받는 것을 당연시 느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소외를 느낀다면 과감히 떠날 준비도 할 수 있는 세대다. 일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세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일론 머스크는 잘 이용했다.
우리나라 근무와 테슬라의 근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동시간만 보고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진정으로 봐야 할 것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다. 노동자를 회사의 일원으로 대체 불가한 한 명의 개인으로 보는 것인지, 단순 부품에 불과한 대상으로 보는 것의 차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가져야할 태도는 과연 어떤 점인가? 노동자들을 비판하거나 52시간 근무제를 비판하기 전에 무엇을 되돌아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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