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방영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TV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예능을 접한 적이 있다. 평소 예능과 드라마를 보지 않아 큰 관심은 없었지만 예능이 주는 인상은 강렬했다. 정말 요리나 자영업의 기본도 안 된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하고 있던 것이다. 방송을 위해 어느 정도 과장한 면도 있겠지만 방송에 나온 가게들이 일부 사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알부 자영업들은 곧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들이 있다. 음식 맛이 안 좋거나 불친절한 가게, 위생 상태가 안 좋거나 분위기가 안 좋으면 가기 꺼려진다. 레드오션에 뛰어든 사업도 마찬가지다. 인형 뽑기 방, 대만 대왕 카스텔라 등 반짝 사업들은 지금 찾아보기 힘들다.(최근 24시 무인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다. 사양되지 않길 바란다.)
자엽업도 이러한데 기업이라고 다를까 싶다. 기본 경영도 안 되는 사람들이 사장이라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쥐어짜며 운영하는 기업이 과연 한 둘일까? 최근 다시 불거지는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과거 2000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GDP는 3배 정도 성장했다.(2000년 - 651조 원, 2019년 1919조 원) 임금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2000년 대졸 초봉은 1700만 원 수준이었고 2019년은 3400만 원 수준으로 2배가량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금은 경제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는데 52시간 근무가 부담된다는 기업체가 많다. 노동자는 당연히 근무시간을 줄이면 생계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임금이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으니 더 많이 일해야 삶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첫째 과도한 노동착취 문화.
기존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 인원들에게 과로를 강요하며 겨우겨우 기업을 유지, 운영시켰던 것이다. 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거부터 노동력이 넘치는 시대다 보니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저임금에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은 넘쳐난다. 아무나 말 잘 듣는 노동자를 데려와 일을 시키면 된다.
둘째 방만한 경영.
예전 행사 준비 보조 아르바이트를 한적 있다. 골프장에서 진행되는 중소기업 사장 친목도모 행사였다. 일과시간(월요일하루종일이었다.)에 골프 치고 친목 도모하는 것은 100번 양보해 업무 선상이라 볼 수 있겠지만 들어오는 차를 보니 말이 안 나왔다. 사장은 당연하고 그 배우자도 독일 3사나 제니시스를 탔으며 그 이상의 고급차를 타고 들어 왔다. 법인일 확률이 크겠지만 회사 돈으로 혹은 개인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다른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셋째 노동생산성 저하.
야근과 특근이 존재하는 이유는 업무량이 많거나 노동 생산성이 낮은 것이다. 업무량이 많다면 인원충원을 하면 되는 문제다. 일이 많은데 인원을 안 뽑는 것은 경영문제다. 헛일을 하고 있어 돈이 안 벌리니 인원 충원을 못하는 경우 아니면 돈을 아끼기 위해 노동자를 쥐어 짜내는 경우 둘 중 하나다. 이는 노동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전태일 열사가 외쳤듯이 인간인 기계가 아니다.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넷째 비효율성.
업무 분담이 안 되거나 비생산적인 회의, 야근이 있는 것은 아닌가? 무의미한 회의가 진행되니 그 시간 동안 일을 못하게 되고, 어차피 야근할 테니 업무에 소홀하게 된다. 업무시간에 불필요한 메일, 웹서핑, 연락을 하게 되는 이유다.(2012년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지식산업 종사자는 업무시간 60%를 이렇게 사용한다고 한다.)
다섯째 직원관리다.
앞서 말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임금이 낮으니 야근과 특근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는 직원과 비효율적인 회의나 경영을 하는 경영진이 합쳐져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경영이 안 되니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다.
52시간 근무제 문제는 기업이 준비가 됐는지, 노동자가 과로에 시달리는지 따위의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성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의 엔지니어이자 과학적 경영을 창시한 테일러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마다 스톱워치를 이용해 시간을 나누고 동작을 나눴다. 이는 업무 효율성을 높여 노동자에겐 고임금, 고용주에겐 저 노무비를 동시에 안겨줬다.
현재의 기업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과연 장시간 근무만이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생존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대기업이 대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업무를 체계적으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51주기, 52주기 거듭될수록 노동 현장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P.S.1. 생산성과 취업률이 디커플링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대다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문제인지 의문은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이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어 생긴 통계의 오류라 생각한다.
P.S.2. 낮은 생산성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으라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자영업도 실력이 부족하면 폐업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라고 법의 보호를 받고 언론의 보호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자신들이 변화하지 않고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문을 닫는 게 맞는다. 본인 기업에서 수주하고 있던 물량은 자연스레 살아남은 기업에게 갈 것이고 이는 다른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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