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정의는 아니다. 경향신문은 우선 순위를 확실히 하라.
오늘 아침 경향신문 오피니언을 읽으며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자들이 진보를 외치고 있다니 '우리나라 진보가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향신문은 구혜영 정치부장이 쓴 "박원순과 '나의 시대'를 보낸다"라는 오피니언은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해명했으면 좋겠다.
본문 중에는 박원순 시장 죽음을 거론하며 정의당 젊은 여성의원들이 조문을 거부한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이 젊은 의원들에게 '싸가지', '예의'로 표현한 것을 안타깝다고 전했다.
정의당 젊은 여성의원들에게 '싸가지', '예의'라 표현한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 정확한 표현이다.
장례를 치뤄야하는 상황에서 서울특별시장을 해야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사회적 갈등,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던 사람들이 유가족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조문은 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것이 '싸가지'가 있고, '예의'가 있는 행동인가?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않거나 한 가지 스탠스만 취했다면 나도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는 개인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그러지 못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리고 이 배려가 곧 예의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 중 "가짜 사나이"가 있다. 여기서 아주 적절한 표현이 있어 인용해보겠다.
"배려는 남 생각을 하는 것이에요.". "피해는 주기 싫은데 남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남 생각을 안하면 피해를 주는 건데" 여기에 추가로 덧붙이고 싶다. "이렇게 피해를 주는게 예절이 없는 거예요."
여기에서도 분노했지만 그 다음 오피니언에서 나오는 얘기가 더 가관이다. 여기서 진심으로 분노했다.
'여성들이 과격하고 거친 언어를 쓰는 이유는 "창문을 깨고 불을 질러야(남성들이, 세상이) 알아듣기 때문"이다.'
폭력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진보세력에서 할 소리인가? 인용이라고 한다치고 이따위 말이나 늘어놓는 것인가? 그리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인용문이라고 갖다 놨는가. 아직도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 보이는가? 레디컬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지지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페미니즘 실상이 어떠한지 제대로 알아보고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586세대 등 기성세대가 보고 있다면 청년 남성들의 입장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그대들이 혜택을 받아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점을 알겠다. 그런데 왜 그 미안한 감정을 자신들의 아내가 아닌 20~30대 여성들에게 갚아주려고 하는 것인가? 여기서 더 말을 하면 얘기가 옆으로 빠지니 여기까지 하겠다.
경향신문은 정의와 평등을 추구하는 진보세력이 맞는가? 내가 전에 글을 썼을 때 조선일보의 딜레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안보를 중요시하는 보수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라며 인정해야 한다는 글을 보았을 때였다. 보수언론이 정부를 까기 위해 안보보다 개인의 자유를 택한 것이다. 이는 철학의 부재다. 경향신문도 조선일보의 길을 걷는 것인가? 정치부 부장이 이름까지 걸고 쓴 내용이 이따위고 편집장은 이를 승인했다는 것인가?
경향신문은 착각하지 마라 진보의 가치가 정의에 있다 해서 진보세력이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우선 순위를 명심하라. 정의와 평등을 추구하기에 진보세력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진보는 나아갈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그대들이 몰락하는 것이 사회가 진보하는 길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