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평가받는 인간
블로그에 글을 2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다. 맨 처음 며칠간은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렸지만 훗날 수익성을 따져봤을 때 티스토리가 나을 것 같아 티스토리에서 글을 올렸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사회 문제나 공정, 정의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고 기록하기 위해 힘쓰는 시간이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최대한 많은 글을 읽고 생각하고 색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직접 쓴 글을 누군가가 보고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기부여를 받는 매일매일이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조회수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민생과 관련된 글은 일일 조회수 30~50까지 나오며 나에게 작지 않은 만족감을 주었다.
하지만 어제부터 그 발걸음이 싹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내가 글을 업로드한 어제 오전 8시 이후 오전 9시 30분부터 방문자 수가 없어졌다. 오늘은 현재시각(오후9시 30분)까지 방문자수가 0명이다. 갑작스레 조회수가 줄어들어 검색을 통해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블로그 글이 저품질에 걸리면 검색 시 상위 노출에서 제외되어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을 직접 조회해보았다. 예전에는 상위 2~3번 째 위치하던 인기 있던 글이 아예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마 저품질에 걸려 상위 노출에서 사라진 것 같다. 저품질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는 글의 질이다. 하지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2달이 넘도록 쓴 글은 복사, 붙여 넣기 해서 만들어진 조잡한 글이 아니라 내가 직, 간접적으로 축적한 경험을 통해 쓰인 글이다. 내 글을 내가 평가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허접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공부했다.
저품질에 빠질 수 있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실시간 검색어 상위 노출이 되는 민감한 주제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또다른 의문점이 나를 찾아왔다. 다음은 최근 실시간 검색어 노출을 없앴다. 어떠한 키워드가 민감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 키워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저품질로 평가한다는 것은 불공정하다. 또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제가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관심 있고 글을 쓰는 분야가 사회 이슈, 정치 관련된 내용이다.
여기서 사회 이슈, 정치 관련된 내용을 글로 썼다고 저품질로 평가한다면 더더욱 문제가 커진다. 첫 번째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국가 안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이상 이 자유를 막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업의 알고리즘이 작용해 이 자유를 배제시킨다면 그것은 쉽게 덮을 순 없는 문제다.
우선 알고리즘은 제작자의 의도나 성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알고리즘 판사가 동일 범죄에 대해서 백인보단 흑인에게 더 높은 형량을 주는 것과 같이 절대 공정한 알고리즘은 만들어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기준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입을 막을 권리가 있는 것인가? 그 글의 품질은 읽는 독자에 의해 평가가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상위 노출이 가능해야 하는 것인데 여기서 알고리즘이 개입해 의도적으로 평가 순위를 바꿔버린다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사회 이슈나 정치 관련 글을 쓰면 저품질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정치다. 언론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다양한 사실관계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이유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인 블로그에서 이러한 정치적인 글을 쓰는 것을 막는 것은 우민정책을 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민을 개, 돼지로 보지 않는다면 이러한 허접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저품질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저품질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다음, 티스토리는 국민이 정치에 관련해 글을 쓰고 알리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혹은 카카오라는 회사가 단순 이슈 되는 키워드를 사용했다고 누군가의 창작물을 저품질로 평가하는 허접한 알고리즘을 가진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 정도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저품질로 평가된 블로그를 인간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작업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나의 글 중 하나라도, 한 번이라도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맨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구글 애드센스를 신청해 수익을 창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말도 안 되는 횡포로 언제든지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