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한국에서 영원히 잠들다.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나의 스승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다.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
나의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
나의 환자에 관한 모든 비밀을 절대로 지키겠다.
나의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
나는 동료를 형제처럼 여기겠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나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
이상 현대 의사들이 의사가 될 때 하는 제네바 선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전공의들이 파업 철회를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의대생들도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로써 의사들은 마지막 명분까지 스스로 저버렸다. 처음부터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득을 대변했던 것이다.
그들은 맹목적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했다. 그들이 합의하고자 한 것은 의료 수가, 장비, 지방 병원 인프라 구축 등의 사항이 아니었다. 공공의대 설립 철회를 합의하고자 했다. 그들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해서 행동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족한 명분을 단체행동으로 채우려 했지만 단체행동이 깨지면서 명분마저 깨져버렸다.
예전 학교를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현대사회와 직업윤리>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되며 그 직업마다 고유의 직업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윤리를 지키지 못하면 작게는 도덕적 비난부터 크게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이는 직업인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악용하지 말라는 의도다.
이번 사건은 이기심과 직업윤리 사이의 문제다. 이들은 그나마 붙어있던 직업윤리를 걷어차면서 최소한의 명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제 그들은 명분마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