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권하는 사회
예전부터 공무원 쏠림현상에 관하여 글을 쓰고자 했으나 딱히 끌릴만한 소재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유튜브에서 본 "자본주의 사회에서 취업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보고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영상은 한국사 명강사인 전한길 강사가 현재 자본주의 시장을 논하며 공무원을 권하는 내용이었다.
사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은 자본시장 안에서 자신을 상품으로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이고 자본가에게 종속된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공무원을 예찬하고 공무원은 타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고 모두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시각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공무원은 사회 시스템이 돌아가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직업이란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사회가 잘 굴러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청춘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공무원이 된다고 하면 미래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제조업과 수출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에서 주요 산업이 사양된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가 기반이 흔들린다면 공무원은 온전히 존재하기 힘들다.
지금도 많은 수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어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합격률이 1~2%에 불과해 대다수의 수험생은 낙방을 거듭하고 자신의 경력에 공백이 생긴다. 시험과목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시험기간 이 인생 자체에서 사라져 버린다.
잘못된 사회 시스템으로 미래가 불투명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청춘을 투자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사회를 지적하지 않고 공무원이 되라고 부추기는 것을 좋게 볼 수 없다.
아무리 공무원 강사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하는 것은 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공시생 모두 청춘이고 꿈이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미래 가치 그 자체다. 그런 학생들에게 무조건 공무원이 되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인지 자각했을까 싶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정년 보장과 연금, 워라밸, 낮은 경쟁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 달콤한 꿀을 얻기 위해 희생해야 할 가치는 너무나 크다. 1~2%대에 달하는 합격률은 고사하더라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과연 40~50년 후까지 적용될 수 있을지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도 이번 코로나로 인하여 공무원들이 직장을 잃었다.
연금도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사회 초년생이 공무원이 되면 40년 후에 받을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연금 수령 연령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더 적은 금액을 받을 것이다. 지금도 연금이 부족한 수준인데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연금이 유지되긴 힘들다.
어느 집단이나 장, 단점은 존재한다. 공무원 강사라는 배경을 백 번 이해한다고 해도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강의를 하면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취업을 해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적성이나 지향점이 다를 뿐이다. 공무원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강사 이전에 선생으로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강의를 임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