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인정할 건 인정하자.
최근 한 기사에서 K방역의 냉정한 현주소라는 주제를 다뤘다. 검사율이 낮고 검사율에 비해 치명률은 높아 방역 선진국이라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와는 별개로 K방역이라는 자화자찬에 빠져서 백신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딱히 정부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방역을 잘한 것은 인정하고자 한다. 방역 초기부터 지금까지 정확하고 투명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자의 경로를 상세히 알려주어 추가적인 확산을 막는 것은 그 어느 선진국보다 잘했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투명하고 많은 검진으로 외신에 나올 만큼 방역이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도 중국과 일본의 데이터는 신뢰하지 못해 한국의 데이터를 통해 질병을 분석했을 정도니 말이다.
투명한 결과보고는 초기에 혼란을 키울 수 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위기 순간을 잘 넘겼다. 이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초기 방역을 잘하니 확진자수가 많지 않았고 확진자가 많지 않아 현재도 많은 검사수가 필요 없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3만 명대 검사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 이상 나오고 있다. 이는 못해도 하루 평균 100만이 검사를 받고 있다는 소리고 영국도 하루 평균 50만 명씩 검사를 받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매일 수십만 명씩 검사를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검사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마저도 검사를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진료소를 찾아와 검사를 받으라는 방식으로 바꾼 결과다. 깜깜이 확진자가 많아진 지금 역학조사를 하는 것보단 직접 진료소를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토 크기나 인구밀도, 특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확진은 방역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치명률이 높은 것은 고령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노령인구에게 더 치명적이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의 경우 치사율이 급격하게 올라간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사항은 우리나라 고질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자료라는 것이다. 질병은 빈부를 따지지 않고 전염되지만 전염됐을 때 빈자에게 가혹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욱 가혹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아직도 중국을 봉쇄했어야 한다느니, 소비쿠폰 때문이라느니 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맞는 점은 있겠지만 방역 실패로 몰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차라리 방역수칙을 어기고 집단행동을 하는 종교시설이나 청춘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
잘한 것은 잘했다 말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 말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내 편이기에 무조건 옳다, 다른 편이기에 무조건 그르다 라는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더 큰 사회적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방역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도 성숙한 시민의식이다.